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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어떤 번역본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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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perback Writer 2025. 2. 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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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vs. 황석영 vs. 설민석 vs. 고우영 vs. 요시카와 에이지 vs. 넷플릭스

삼국지 三國志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만화로 접하거나, 학창 시절 필독서로 읽고,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번역본이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소설도 10권짜리부터 1,2권의 축약판이 있고 만화와 드라마까지 있다.
나도 한때 이 고민에 빠졌었다.
삼국지를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가,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며 여러 판본을 들춰보다 지쳐서 그만두기도 했다.
박종화, 김구용, 정비석 삼국지도 유명하지만, 현대에 가장 많이 읽히고 거론되는 이문열, 황석영, 설민석, 고우영, 요시카와 에이지 바른번역본, 그리고 넷플릭스 신삼국(95부작)의 장단점 따져보았다.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서 독자에 따라 취향이 나뉘지만, 입문자든 삼국지 덕후든 만족할 만한 선택지다.

한국에서 출간된 다양한 삼국지 판본. 번역만 다른게 아니라 구성, 문체, 인물 평가, 3국의 비중 등등 많은 차이가 있다.


1. 몰입해서 읽는 이야기와 해설: 이문열 삼국지

📖 읽기 좋은 사람: 문장력이 뛰어난 소설을 원한다면
📌 장점: 문장이 유려하고, 문학적인 감성이 풍부하다.
📌 단점: 원문에서 벗어난 평역(해석)과 작가의 주관적 해설이 많다.
이문열 삼국지는 1700만부 이상 팔렸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삼국지일 것이다.
수려한 문장과 감성적인 해설이 특징이다.
10권의 초장편 삼국지이지만, 무협지처럼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는게 최고의 장점이다.
특히, 삼국지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뚜렷하다.
관우의 오만함, 유비의 정치적 술수, 조조의 현실주의를 강조하며 단순한 ‘도원결의’ 식의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론이 담긴 삼국지를 추구한다.
다만, 작가의 개인적인 평가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되었다는 점이 단점이다. 예를 들면, 제갈량을 "유비를 위해 희생한 신하"라기보다는 "과대평가된 정치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많이 읽힌 번역본이다보니, 오류를 지적하는 시각도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삼국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건 옛날 민음사판. 중고서점에서 살 수 있다.
RHK로 옮겨 새로 찍은 판본.

** 이문열 삼국지 미리 보기 링크(교보문고)

 

이문열 삼국지. 1 | 알에이치코리아- 교보ebook

젊은 세대를 위해 내용을 손보고, 한자어 독음을 달아 읽기 쉬운 『삼국지』 1988년 출간된 이래 누적판매 2,000만 부라는 대기록을 세운『이문열 삼국지』가 출간 30여 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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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 황석영 삼국지

📖 읽기 좋은 사람: 원문에 가까운 정통 삼국지를 원한다면
📌 장점: 원문 번역에 충실하면서도 읽기 쉽게 각색했다.
📌 단점: 대화체로 풀어쓴 부분이 있어서 가독성이 다소 오락가락한다.
황석영 삼국지는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 강점이다.
번역에 앞서 중국 인문본을 저본으로 삼았고, 중문학 교수 전홍철의 감수를 받았다고 한다. 기초가 튼튼한 번역인 셈.
대신 너무 튼튼하다보니, 연변에서 먼저 나온 조선족 작가의 번역본을 베꼈다는 논란도 있다.
특히, 전투 장면에서는 묘사가 더 풍부해졌고, 등장인물 간의 대화도 좀 더 생동감 있게 구성되어 있다.
원래 삼국지연의는 서술자 시점이 강한데, 황석영은 이를 일부 대화체로 변환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덕분에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다만, 오역이 몇 군데 있고, 학술적으로는 김구용 번역본보다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삼국지를 원문에 가깝게 읽으면서도 문장이 매끄럽기를 바란다면?" 황석영 삼국지가 좋은 선택이다.

황석영 삼국지는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왔다.

황석영 삼국지 미리보기(교보문고)

 

삼국지 1 [개정판] | 창비- 교보ebook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황석영이 우리말로 옮긴 정역 『삼국지』(개정판, 전6권)를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선보인다. 명실상부하게 가장 믿을 만한 원본, 정확하고 생동감 넘치는 글맛, 고전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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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볍게 읽는 입문용: 설민석 삼국지

📖 읽기 좋은 사람: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과 입문자
📌 장점: 이야기의 핵심만 간결하게 정리했고, 재미있게 읽힌다.(1,2권 2권 분)
📌 단점: 원문에서 축약과 각색이 많아 삼국지의 ‘진짜 이야기’와 차이가 있다.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럽다.
특히, 유비가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되는 후한 말기 혼란기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설민석 삼국지는 이런 부담을 덜어준다.
책은 2권으로 짧게 편집되었고, 제갈량 사후 이야기가 단 3페이지(!)로 요약될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하지만 설민석의 만화 삼국지는 20권이 넘게 나오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설민석의 책 답게 마치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듯한 방식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다.
간결함은 단점이기도 하다.
삼국지의 매력은 ‘축약된 핵심’보다는 사소한 사건과 전투의 흐름 속에서 인물들이 점점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그런 면에서 설민석 삼국지는 삼국지를 깊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입문자라면 추천한다.

설민석 삼국지 미리보기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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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화라면 단 하나!: 고우영 삼국지

📖 읽기 좋은 사람: 가볍지만 깊이 있는 삼국지를 원한다면
📌 장점: 유머러스하면서도 역사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 단점: 만화라는 형식이기에 텍스트 중심 독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판 리뷰는 여기!

 

고우영 삼국지의 결정판, 올컬러 완전판 10권 세트

고우영 삼국지를 올컬러판으로 만들었다. 그림도 커졌고, 글자도 활자로 대체해 읽기 쉬워졌다. 2021년 출간되자마자 바로 사서 읽었다.1978년, 일간스포츠에서 고우영 삼국지가 연재되며 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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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는 삼국지를 만화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대사와 개성 강한 캐릭터 표현이 돋보인다.
게다가 외국에 번역이 된 적 없으니, 한국인 독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만화 삼국지다.

이문열이나 황석영의 삼국지가 장문의 해설과 묘사로 접근하는 반면, 고우영 삼국지는 장면 하나하나가 강렬하다.
조조의 꾀, 유비의 처세술, 제갈량의 지략이 간결하고 명쾌하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긴박한 전투 장면이 박진감 넘치고, 역사적 배경 설명도 알차다.
만화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가장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대사와 해설을 펜글씨가 아니라 활자로 고치고 색을 입히고 그림을 키운 올컬러판.
고우영 화백의 손글씨가 살아 있는 흑백판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
흑백이든 컬러든 문학동네판을 사야 삭제된 부분이 복원된 완전판을 볼 수 있다.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판 미리 보기 (알라딘)

 

알라딘: 미리보기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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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본식 각색의 정수: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바른번역본

📖 읽기 좋은 사람: 문학적으로 재해석된 삼국지를 원한다면
📌 장점: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고, 인물 심리가 깊이 있게 묘사되었다.
📌 단점: 삼국지연의 원문과 다소 차이가 있으며, 정사와 혼재된 부분이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일본에서 삼국지 열풍을 일으킨 대중 소설이다.
기존 삼국지연의에서 부족했던 인물 간의 심리 묘사와 인간적인 갈등을 더욱 부각했다.
덕분에 조조, 유비, 관우 등의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원문 번역이라기보다는 일본식 각색이 많아 정통 삼국지를 원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동아시아 삼국지 열풍의 진원지라고 할 만한 대중적인 작품을 체험하고 싶다면, 요시카와 에이지 바른번역본이다.
바른번역본이 가끔 파격적인 할인 판매(10권에 19800원)를 한다.

 

 

알라딘: 미리보기 - 삼국지 원전 완역판 1 : 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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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고우영 삼국지는 물론이고, 이문열 황석영 설민석 오시카와에이지까지 모두 만화로도 나와 있다. 이문열 삼국지의 만화판을 자처한 이희재 삼국지는 개정을 하면서 이문열 이름을 떼고 이희재 만화 삼국지가 되었다. 설민석 삼국지 만화판은 주인공들이 모두 청소년으로 그려진 어린이용이다. 상술이 지나치다는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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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만화 삼국지들.


6. 중드로 만나는 삼국지: 넷플릭스 신삼국 新三國

📖 보기 좋은 사람: 활자로 읽기 부담스럽다면, 영상으로 삼국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 장점: 2010년 중국에서 제작한 대작. 화려한 영상미, 몰입감 있는 연기, 역사적 고증이 돋보인다.
📌 단점: 원작과 다른 해석이 있으며, 몇몇 캐릭터 설정이 논란이 있다.
      → 중국 드라마 신삼국 자세한 리뷰는 여기!

 

삼국 三國 - 넷플릭스 95부작 신삼국지 2010 리뷰

삼국지 95부작 드라마. 신삼국(新三國)이라 불리는 작품. 중국의 장대한 스케일이 느껴진다.이전에 CCTV가 만든 85부작도 훌륭하다고 하는데, 더 볼 필요를 못 느낄만큼 이 작품도 여러모로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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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삼국지를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아니 책으로 읽고 나서 삼국지의 여운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도 넷플릭스 삼국(2010) 95부작을 찾아보라.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다.)
이 드라마는 2007년 중국에서 이중톈 삼국지 강의가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자 그 인기를 업고 제작됐다.
중국 CCTV가 만들었다는 글도 많은데, 안후이성 같은 지역 방송사들이 연합해 제작했다. CCTV가 만든건 1994년판.
5년간 2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작품으로, 전투 장면에 상당히 공들였다(그만큼 과장도 심하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깊이 있게 그려져 소설 팬들도 현타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조조 역의 배우(천젠빈)의 연기가 압권. 악역으로 그려졌던 조조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유비는 지나치게 선한 이미지로, 장비와 관우는 평면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제갈공명은 현실적인 천재로 등장하고, 오나라의 정치를 정성스럽게 묘사한 점도 신삼국만의 장점이다.

드라마는 원작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하되 이중톈 강의를 반영해 역사적 비평을 반영했다고 보는게 맞다.
더 자세한 리뷰는 위의 포스팅을 참고.
드라마 신삼국 95부작 유튜브 링크(스밍스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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