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NHK에서 방영된 《미래소년 코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독재 정권과 맞서는 소년의 모험, 그리고 자연과 기술 문명의 대립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독특하고 귀여운 캐릭터들로 빚었다.
미래소년 코난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헐리우드까지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한국에서는 1982년 10월8일부터 이듬해 5월31일까지 KBS1에서 방영됐다.
재방영은 1992년 KBS1, 1996년 MBC, 2002년 대원 애니원, 2007년 EBS, 2020년 애니원 재더빙.
NHK는 경쟁사인 후지테레비의 세계명작극장을 따라 소년 모험 시리즈로 기획했다.
원작과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작품들, 한국과 헐리우드의 영향을 정리했다.
1984년 출간된 《나우시카》 관련 서적에 따르면, 코오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는 고등학생 시절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깊이 감명받아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일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업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작화감독을 맡으며 지브리의 핵심 인물이 된다.
《기동전사 건담》의 창조자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역시 《미래소년 코난》의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후일 인터뷰에서 1982년작 《전투메카 자붕글》을 만들 때, 《코난》을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공각기동대》를 연출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도 코난의 설정 자료집으로 애니메이션 그림 레이아웃을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랜 동료이자, ‘미야자키 감독의 오른팔’로 불렸던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역시 코난을 통해 전략적 연출 기법을 배웠다고 한다.
1995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워터월드》.
광대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미래소년 코난》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평가했다.
2006년작 《풀메탈패닉!》 OVA에서는 《코난》의 수중 키스신을 오마주하는 장면이 연출되며,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미래소년 코난》은 미국 소설가 알렉산더 케이(Alexander Hill Key)의 소설 《남겨진 사람들(The Incredible Tide)》을 원작으로 한다.
초자력 무기로 멸망한 디스토피아 지구, 독재자 다이스의 등장 등은 애니메이션의 설졍과 같았지만, 주인공이 어른이었고 냉전적 정치색이 강했다.
현재의 애니메이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셈.
《미래소년 코난》의 후속 개념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해저세계일주(海底世界一周)’ 프로젝트를 기획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를 제작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만든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 《라퓨타 》 , 《 붉은돼지 》 등에서 나타나는 비행선과 하늘의 섬, 문명과 자연의 대립 구조는 《미래소년 코난》의 연장선에 있다.
NHK는 《미래소년 코난》 기획 당시의 원안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미지 보드를 참고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제작했다.
이 작품을 감독한 안노 히데아키는 《미래소년 코난》을 매주 실시간으로 챙겨봤고, 이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카츠라기 미사토, 아카기 리츠코 등의 캐릭터에 《코난》의 몬스키 성격과 말투를 오마주했다.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는 《미래소년 코난》의 골수 팬이었다.
그는 소년이 외딴 곳에서 노인과 함께 살다가 갑자기 찾아온 소녀와 모험을 떠나는 구조를 다수의 작품에서 반복했다.
《드래곤볼》에서도 손오공이 할아버지와 살다가 블루마를 만나 모험을 떠나는 첫 장면이 코난과 라나의 만남과 비슷하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인생 베스트 10 작품 중 하나로 《미래소년 코난》을 꼽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시절, 우울할 때마다 돌려봤다고 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옥자》의 주인공 미자는 코난처럼 자연에서 자라난 비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밝힌 사실이다.
1993년생 작가 오오와라 스미토는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에서는 주인공이 애니메이터가 되기로 결심하게 만든 작품으로 《미래소년 코난》을 언급한다.
작품 속에서도 직접적인 오마주가 등장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루카》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미래소년 코난》의 팬이며, 작품 속에서 직접적인 오마주를 넣었다.
미국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의 제작진들도 《미래소년 코난》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기동전사 건담》의 창조자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역시 《미래소년 코난》 제작에 참여해 초기 콘티를 그렸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콘티를 대폭 수정하면서 토미노의 원안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기동전사 건담》 1화를 만들고 "미래소년 코난을 넘어서지 못했다"라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을 만들면서 "이 작품을 코난을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쿤타》**는 코난과 유사한 설정을 가졌지만, 이야기 후반부터는 거대 로봇물로 변한다. 주인공 성우진과 캐릭터 디자인, 태양 에너지를 둘러싼 이야기가 《코난》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표절 논란이 일었다.
허영만의 만화 《망치》도 《미래소년 코난》과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다. 세계가 멸망한 후, 강인한 생존력과 괴력을 가진 소년이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지금 다시 봐도 촘촘한 이야기, 흡입력 강한 캐릭터, 감동적인 모험 서사는 전혀 낡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코난은, 지금도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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