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전체 흥행 순위에서도 10위에 올랐는데, 이건 좀 놀랍다. 픽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아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픽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먼저 살펴보자.
1995년 '토이 스토리'로 시작한 픽사의 여정은 정말 대단했다.
장난감을 주인공으로 삼은 건 인간피부 재현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지만, 장난감이 살아 움직인다는 오랜 상상을 눈 앞에 보여줬다.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작품마다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과 함께,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도 얼마든지 미묘한 감정 표현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근데 최근 들어 픽사가 좀 달라진 것 같다. '터닝 레드', '라이트이어', '엘리멘탈' 같은 작품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엘리멘탈은 나중에 어떻게든 손익분기점은 넘었다지만, 예전 같지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XdKzUbAiswE 터닝 레드가 뭔가 다시 찾아봤다. 역시..
그러다 '인사이드 아웃 2'가 터졌다. 15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는데, 이건 '온워드', '라이트이어', '엘리멘탈'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이다. 심지어 어벤져스 시리즈의 흥행 수익도 넘어섰다.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은 오리지널 '엘리오' 하나랑 '토이 스토리 5' 뿐이다. 여기서 픽사의 방향이 좀 보인다. 올해 초에는 직원 14%를 잘랐다. 앞으로는 '루카'나 '터닝 레드' 같은 특별한 경험을 다룬 이야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근데 이게 좋은 걸까? 물론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픽사의 초기작들을 보면 다 미친 도전이었다. 아무도 안 될 거라고 했던 걸 해냈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는 그냥 안전한 길만 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
픽사가 이제는 전 세계에 쉽게 팔 수 있는 영화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잘 만든 영화지만 뭔가 부족하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이렇게 안전한 길만 가도 되는 걸까?
더 엉뚱하게 시도하고, 더 새로운 상상을 하고, 뜻밖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진짜 픽사다운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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