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메가박스에서, 〈하얼빈〉은 용아맥에서 개봉 당시에 봤다.
뮤지컬 영화에 큰 기대가 없었지만 〈영웅〉은 결국 울고 말았다.
신파적인 요소가 가득했지만,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고 음악도 훌륭했다.
정성화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안중근 의사의 실제 비주얼과도 어딘가 닮아 보였다. (위의 포스터를 보라.)
〈하얼빈〉도 볼 때는 기대가 없었다.
현빈의 싱크로율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갔고, 밋밋하다는 평도 많았다.
보고 나니 예상보다 좋았다.
같이 본 사람들 중엔 졸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영웅〉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영웅이 뜨거운 노래의 영화였다면, 하얼빈은 차가운 화면의 영화였다.
그 대비도 좋았다.
남산 안중근의사 기념관에 두 영화의 포스터가 나란히 걸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얼빈을 보면서 여러 작품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도 많았다.
시작 장면의 얼어붙은 압록강은 압도적이었다.
말 타고 달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은 차를 타고 달리는 보스턴 갱들보다 훨씬 멋졌다.
특히 연극적인 연출이 많았다.
실내 장면에서 카메라 움직임 없이 배우들의 배치와 빛, 그림자,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마치 연극을 보는 듯했다.
음악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적극 활용해 비장미를 강조했다.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다. 마치 패션 화보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이렇게 멋진 분들이었다!"라고 강하게 외치는 듯한 영화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선 음악이 과하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이 영화를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웅장한 서사시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았다.
안중근과 동료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결단을 차분히 그리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음악이 이렇게 강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역사적 위상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목적이 명확해 보였다.
영화적 감정보다도 위대한 인물로 기억되게 하려는 연출이 두드러졌다.
초반에 동양평화론이 등장한 것도 개인적으론 긍정적이었다.
〈영웅〉이나 김훈의 소설 〈하얼빈〉에서도 이 부분을 깊이 다루지 않아 아쉬웠던 터라, 영화가 안중근의 사상을 조명했다는 점이 반가웠다.
스토리 자체는 영화적으로 잘 짜였다.
안중근을 절대적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동료들의 의심을 받기도 하고 몽상가 같은 면모도 보여줬다.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갈등도 생생하게 묘사됐다.
"정말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면 여기가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 과정에서 내부의 의심, 갈등, 배신 같은 요소가 실제 있었던가?
처음 듣는 설정이었다. 사실과 거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허구에 가까웠다.
이런 큰 얼개는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만, 영화적 극적 장치는 대부분 창작이었다.
또한, 몇몇 캐릭터 설정은 너무 클리셰적이었다.
"관객을 속이려고 일부러 이런 설정을 넣었구나" 하는 게 바로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쿨하고 비장한 서사를 유지했으면 서사 자체의 점수는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불호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았을 것이다.
차라리 〈암살〉이나 〈밀정〉처럼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허구의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영웅〉 과 〈하얼빈〉 은 안중근이라는 소재만 같았을 뿐, 목적이 달랐다.
〈영웅〉 은 안중근의 애국심에 동화시키기 위해 노래와 연출로 감정을 고조시켰다.
"당신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안중근처럼 모든 것을 불살라야하지 않았겠소!"
이것이 〈영웅〉 의 주제였다.
그래서 하얼빈역의 거사가 클라이막스였고 이 지점을 향해 영화의 모든 감정이 달려간다.
〈하얼빈〉 은 어찌보면 정 반대였다.
"독립투사들도 나약한 인간이었다. 의심하고 주저하고 갈등하면서도 스스로의 기품을 지키려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하얼빈〉 은 안중근을 절대적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동료들의 의심을 받기도 하고 몽상가 같은 면모도 보여줬다.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갈등도 생생하게 묘사했지만, 정작 하얼빈 역의 거사는 담백하게 처리했다.
여기가 〈하얼빈〉 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 과정에서 내부의 의심, 갈등, 배신 같은 요소가 실제 있었던가?
처음 듣는 설정이었다. 사실과 거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허구에 가까웠다.
이런 큰 얼개는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만, 영화적 극적 장치는 대부분 창작이었다.
또한, 몇몇 캐릭터 설정은 너무 클리셰적이었다.
"관객을 속이려고 일부러 이런 설정을 넣었구나" 하는 게 바로 보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쿨하고 비장한 서사를 유지했으면 서사 자체의 점수는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불호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았을 것이다.
차라리 〈암살〉이나 〈밀정〉처럼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허구의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이런 장단점이 있지만, 영화 자체로는 훌륭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역사적 사실과 너무 멀어진 점은 아쉽다.
이 부분은 결국 관객이 공부로 채워야 할 몫이다.
아이맥스로 봤기 때문에 영상미와 음악의 웅장함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현빈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을 이렇게 멋지게 재현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감독님도 수고 많으셨다.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하얼빈〉까지, 정말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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