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가벼운 산책이 아니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은 우리에게 그것부터 직시하라고 말한다. 고통과 혼란은 피하는 게 아니라 해부하는 것이라고, 삶의 진짜 무게는 견딜 수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책의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사랑의 유일한 참된 목적은 영적 성장이나 인간의 발전이다.”
짧지만, 묵직하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태어난 이유를 이보다 더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싸움, 나 자신과의 싸움, 그 길고도 끈질긴 싸움을 스캇 펙은 성장이라 불렀다.
스캇 펙은 정신과 의사였다. 그가 다룬 건 단순히 환자들의 마음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꿰뚫으려 했다. 삶과 죽음, 사랑과 고독, 고통과 희망 사이를 날카로운 메스로 해부했다. 그의 문장은 날이 서 있었다. 직설적이면서도 문득 울림을 남기는, 서늘하면서도 뜨겁게 스며드는 그런 문장이었다.
책이 세상에 나온 건 1978년이었다. 그 당시 미국은 혼돈의 변주곡을 연주하던 사회였다. 물질적 풍요는 넘쳤지만, 사람들은 비어 있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그런 시대에 던져진 마음의 항해도였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손에 쥐고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고통의 의미를 묻고, 성장의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이 책은 독특한 울림을 줬다. 단순한 자기계발서로 끝나지 않았다. 1990년대 한국, 경제는 올라갔지만 마음은 내려갔다. 스캇 펙의 말은 그런 시기에 도달했다. 그는 물었다. “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설교 같지 않았고, 가르침 같지 않았다. 그냥 칼날이었다. 날카롭고도 정확했다.
삶은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 스캇 펙의 말처럼, 삶은 “가야 할 길”이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든 간에,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임은 틀림없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줬다. 내가 가는 길의 풍경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는 용기를.
그 길 위에 당신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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