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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에서 만난 쇠똥구리

가고 보고 먹고 쉬고

by Paperback Writer 2025. 3. 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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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를 달리던 사파리 차가 갑자기 멈췄다.
드넓은 초원 위.
사자나 얼룩말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싶은데 가이드가 차 아래를 가리켰다.
작은 공처럼 생긴 흙뭉치가 부지런히 굴러가고 있었다.

 

쇠똥구리였다.

세렝게티의 쇠똥구리



곤충기 같은 책에서나 접했던 곤충을 직접 만났다.

잠시 멈춰 쇠똥구리를 보고 있는데 감동이 일었다.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뭉치를 굴려가는데, 고작 5cm를 가기 위해서도 온몸을 써서 올라타고 뒤집히고 깔리고 넘어지는 일을 되풀이했다.

 

초원의 주인공은 커다란 맹수나 빅5만이 아니다.
작지만 이 성실한 곤충도 세렝게티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이다.
쇠똥구리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컸다.


초원의 숨은 일꾼

쇠똥구리는 그 이름 그대로 동물들의 배설물을 처리한다.
세렝게티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누와 얼룩말, 코끼리 등이 매일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남긴다.
만약 이를 처리하는 존재가 없다면 초원은 금세 배설물로 뒤덮여 버린다.

쇠똥구리는 동물의 배설물을 공 모양으로 둥글게 말아 굴려 간다.
이 과정에서 배설물이 잘게 분해되어 토양 속으로 들어간다.
쇠똥구리 덕분에 토양은 자연스럽게 비옥해지고, 새로운 풀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작은 곤충이 생태계의 순환을 책임지는 셈이다.

 

쇠똥구리는 배설물에 서식하는 해로운 미생물과 기생충의 번식을 막는다.
즉, 초원의 질병 전파를 억제하는 생태계의 보건관 역할도 맡고 있는 것이다.


쇠똥구리가 없다면 세렝게티 초원은 황폐한 황무지로 변할 수밖에 없다.
사자나 기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그 어떤 동물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프리카 쇠똥구리의 놀라운 다양성

우리가 만난 쇠똥구리는 등이 반짝반짝 금색이었다.

 

온 힘을 다해 쇠똥을 굴리는 모습에 잠시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실 아프리카에는 한 가지 종류의 쇠똥구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숫자만 해도 2,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세렝게티의 다양한 쇠똥구리들


대표적으로 배설물을 굴려 이동하는 ‘굴림형(Roller)’, 배설물 바로 아래에 굴을 파고 사는 ‘굴착형(Tunneler)’, 그리고 배설물 속에 그대로 서식하는 ‘거주형(Dweller)’으로 나뉜다.


세렝게티에서 자주 관찰되는 굴림형 쇠똥구리는 배설물을 공 모양으로 굴려 수백 미터씩 이동한다.
암수 한 쌍이 협력해 공을 굴리기도 하는데, 마치 작은 곤충들의 로맨스 같다.
암컷은 이렇게 만든 둥근 배설물 공 안에 알을 낳고, 애벌레가 자랄 때까지 보호한다.

굴착형 쇠똥구리는 배설물 아래 바로 굴을 파서 배설물을 지하로 옮긴다.
덕분에 토양 속까지 공기와 수분이 원활하게 통과해 토양의 생태계까지 활력을 얻는다.

거주형 쇠똥구리는 말 그대로 배설물 속에서 먹고 살며 생존한다.
이들 역시 배설물의 빠른 분해를 도와 생태계 균형 유지에 기여한다.


쇠똥구리의 초능력급 신비한 능력

쇠똥구리는 작지만 믿기 어려운 놀라운 능력을 지닌 곤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능력은 천문학적 방향 감각이다.

쇠똥구리는 별과 달의 위치를 기억하고 이를 기준 삼아 방향을 잡아 배설물 공을 굴린다.
심지어 흐린 밤에도 별빛을 이용해 길을 찾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게다가 쇠똥구리는 자신의 몸무게의 무려 1,000배 이상의 무게를 끌 수 있다.
이는 사람으로 따지면 성인 남성이 거대한 버스를 혼자 밀고 가는 수준이다.
이러한 놀라운 힘 덕분에 쇠똥구리는 자신의 체구에 비해 매우 큰 배설물을 옮길 수 있다.


쇠똥구리도 위기

최근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쇠똥구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무분별한 토지 개발과 농약 사용으로 이들의 서식지가 급격히 축소되었고, 강우 패턴 변화로 먹이와 물의 공급이 불규칙해졌다.
그 결과 세렝게티 쇠똥구리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쇠똥구리가 줄어들면 세렝게티 초원의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배설물의 분해가 느려지고 질병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초원의 거대 동물들 역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이집트 벽화에 그려진 쇠똥구리


쇠똥구리를 지키는 노력과 과제

쇠똥구리와 같은 작은 곤충의 중요성을 인지한 환경 보호 단체들은 쇠똥구리의 서식지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원의 농약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생태 관광을 통해 이들의 생태적 역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작은 곤충의 존재와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쇠똥구리처럼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생명체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작은 곤충에게서 배우는 큰 교훈

세렝게티의 쇠똥구리는 인간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생태계를 지탱하는 존재다.
이 작은 곤충의 놀라운 능력과 헌신을 통해 우리는 생태계 균형과 공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쇠똥구리를 비롯한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본문의 사진과 영상은 제가 직접 찍었거나 교육용 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 마음껏 가져사거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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