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때 더 특별하다.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시민애집과 제물포구락부는 그런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옛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두 곳은 꼭 가봐야 한다.
두 곳은 모두 1900년대 개화기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에 들어온 듯 하다.
인천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는데다, 두 곳 모두 현대적인 갤러리와 쉼터로 개방돼 있다.
자유공원에서 가깝고, 차이나타운에서도 천천히 걸어서 삼국지 길을 구경하면서 오면 금방 닿는다.
차이나타운의 북적이는 분위기는 싹 사라지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처음 들어서면 "어라, 일본식 집 같은데 뭔가 서양 느낌도 나네?" 싶다.
1900년대 일본인 사업가의 별장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일본과 서양식 건축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역사도 그만큼 오래 되었다.
개화기 이 땅은 독일계 기업인 세창양행이 소유하고 있었다.
세창양행의 부지를 산 일본인이 별장을 지어 광복 때까지 사용했다. 시민애집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일본인 거주지역이 나온다.
지금의 한옥은 인천시가 저택을 매입해 1966년에 인천시장 관사로 지었다. 실제로 2001년까지 인천 시장이 사용했다.
인천시청이 이전하면서 이 곳은 인천역사자료관으로 쓰이다가, 2021년 7월에 재정비를 마치고 인천시민애집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됐다.
한마디로 말해, 감성 충전이다.
건물 안에는 1883모던하우스 같은 전시 공간이 있고, 바깥으로는 정갈하게 꾸며진 제물포정원이 펼쳐져 있다. 정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찡해진다. 누가 와서 "여기가 옛날 시장님 집이야"라고 하면 "와, 나도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발 아래 인천 항이 쫘악 펼쳐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다.
"구락부? 이게 뭐야?" 처음엔 다들 이렇게 궁금해한다. 알고 보면 1901년에 외국인들이 사교 모임을 즐기던 클럽이라고 한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옛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건물이 당시의 자료 전시와 함께 미술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구석구석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
위치는 인천시민애집 바로 위.
여성스럽게 아기자기하고 단아한 인천시민애집과 남성스럽게 우람하고 직선적인 제물포구락부 두 곳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이렇게 오래된 건물이 이렇게 깔끔하다고?"라는 생각이 든다. 사교실, 도서실 같은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마치 100년 전 양복 입고 당구를 치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 구락부 뒤에는 자유공원이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인천항의 풍경이 진짜 압권이다.
바람을 맞으며 "나도 옛날에 여기서 외국인 친구들이랑 티타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의 맛집."
이 두 곳을 다 돌아보고 나면 뭔가 묘하게 뿌듯하다.
여행 중에 잠깐이라도 옛날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인천시민애집과 제물포구락부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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