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캐나다 교육이 한국보다 나은가?
1년이라는 짧은 캐나다 학교 경험으로 우열을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캐나다 초등학교. 한국과 비교하면 다른 세계. 한국 학교가 조금은 닮아가면 좋겠단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가 경험한 곳은 캐나다 서부 밴쿠버의 외곽에 있는 조용한 도시 랭리(Langley,BC)의 한 초등학교다.
낮은 건물. 넓은 운동장. 잔디가 깔린 플레이그라운드. 심지어 주민공원처럼 개방돼 있다.
아이들이 등교 전, 쉬는 시간, 수업 마친 뒤 부모를 기다릴 때도 놀이터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한다. 그네도 높고, 미끄럼틀이나 집라인 같은 위험해 보이는 것도 있다. 대신 아이들 안전을 살피는 직원이 꼭 있다.
자동차로 아이 데리러 오는 부모는 한국보다 훨씬 많지만, 자동차 동선과 아이들 동선이 철저리 분리돼 있어서 원천적으로 안전하다. 아래 사진은 운동장 반대편의 주차장과 픽업 장소.
사진에도 느껴지겠지만, 건물이 무척 튼튼하게 지어졌다. 고층으로 올리지 않고 2층 건물이다. 벽과 문이 무척 두껍다. 학교 건물의 안전기준과 설계기준이 한국보다 까다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캐나다 교장실? 오피스 뒤에 바로 있다. 학부모, 학생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고 위압적이다.
도서관도 차이 난다. 아이들이 찾기 쉬운 위치에 있다. 분위기도 마치 키즈카페 같다.
위의 사진을 보면 도서관을 pantry, 즉 식량창고라고 소개한다. 지식의 창고처럼 생각하란 의미. 도서관에서 구간도서 10센트 판매 같은 다양한 행사도 많이 한다.
Learning Common(공동학습실)은 부엌이라고 소개한다. 재미있게 창의력을 발휘하란 안내다.
한국 학교의 도서관? 숨소리도 조심해야 하는 정숙의 공간. 아이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한국은 정교한 전시물. 교사들이 밤새 만든다. 캐나다? 낙서 같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메시지가 있다. "너는 놀라운 존재". "화해와 공존". 학교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 한눈에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 "화해(Reconciliation)". 캐나다는 과거 원주민 차별을 반성한다. 학교에서도 그 철학을 담는다. 한국? 다문화 교육은 아직 시혜적 시선이 강하다.
학교 벽면에 붙은 벽보들이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친근하다. 메시지는 긍정적이다.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다.
학교 입구에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만든 작품(?)은 전시한다. 한달 정도 사이클로 바뀌는 것 같다.
마치 박물관 전시같은 한국 학교의 전시와 비교하면 소박하다 못해 엉성해 보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이나 학교에 느끼는 느낌은 훨씬 더 친근하고 가깝지 않을까?
하교 시간. 캐나다 교사들은 직접 길목에 선다. 아이들과 인사한다. 저학년들은 안아주고 부모와도 가벼운 토크를 자연스럽게 한다. 특히 저학년들에게는 학교를 친근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여기도록 만드는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이 아침에 요란한 머리띠를 하고 손스피커로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며 아이를 맞기도 한다. 캐나다의 테리폭스데이 처럼 특별한 날에는 분장을 하고 오거나 특정한 색의 옷을 입고 오는 식의 이벤트도 있다. 파자마데이, 씽씽이의 날 같은 가볍고 유쾌한 행사다.
한국 학교도 권위주의적이었던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많은 서류와 업무 부담에 아이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과 캐나다 교사를 비교하니 이런 얘길 꼭 해야겠다.
캐나다 교사의 이런 친근함은 사실은 교사에 대한 권위가 확실하게 서 있기 때문이다. 학교 내 교육과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재량이 아주 크고 그걸 보호한다. 일부 학부모나 아이가 반대할 경우 물론 학교가 대화를 하지만, 교육 철학이나 방침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교사를 철저히 보호한다. 교사 노조의 힘이 세다. 파업도 한다. (파업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은 물론 크다) 이렇게 교사를 보호하고 권위를 지켜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다양한 수업을 시도한다. 한국은 많은 경우 교사보다 학부모의 민원이 더 강력하다. 그러다보니 교사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으로 되어 간다. 안타깝다.
캐나다 교육? 창의력과 유연성 강조한다. 위에 소개했듯이 도서관을 "책 창고"라 부른다. Learning Commons? "부엌"이라고 표현한다. 뭔가를 창조하는 공간이라는 뜻.
하지만 한국 학부모는 자녀가 고학년이 될수록 고민한다. 캐나다 교육에 그대로 아이를 맡겨도 되는지 불안해 한다. 알다시피 캐나다 공립학교는 교사간 실력 차이도 크다. 또 어느 정도 학습 태도가 갖춰지면 주입식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캐나다 학교는 무엇보다 학부모 부담도 크다. 자원봉사가 많다. 도서관에서 핫도그데이를 하면 부모들이 핫도그를 기증하거나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참여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이다. 한국 같은 직장 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믿고 싶다.
캐나다 학교가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배울 점은 많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공간 만들기. 창의적 환경 조성. 교사와 학생의 거리 좁히기. 한국도 변해야 한다.
자유학기제? 창의 교육?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입시 중심 교육,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부모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가치관 변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생각하면, 이런 학교 공간부터 다르게 접근하면 어떨까 싶다.
옛날 국민학교. 딱딱했다. 권위적이었다. 요즘은 달라졌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캐나다 초등학교를 보니 확실히 느낀다. 교육,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게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만나는 세계다. 아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세계를 밝고 환하고 안전하게 받아들이도록 공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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