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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1박2일 여행 ② 먹거리 - 바슈왕포, 화찌아디, 그리고..

가고 보고 먹고 쉬고

by Paperback Writer 2026. 4. 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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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베이징 여행 기록의 2편이다.

천안문,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그 다음 베이징을 가면 어디로 가고 뭘 먹을까 혹은 왜 가야할까 질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2026년 4월 1박2일의 베이징 여행은 현대 미술, 젊음의 거리, 화려한 마천루 속에서 중국의 내일을 가늠해보는 여행이었다.

 

1편은 여행 준비와 가 본 장소를 정리했다.

 

베이징 1박2일 여행 ① 여행준비와 일정 - 798예술구, 산리툰, 후통

20여년만에 베이징을 갔다.798거리, 산리툰, 쉬뒤 호수, 후통 거리와 찬하이 운하를 걸었다.새우 훠궈, 버섯 훠궈, 양꼬치...서점과 쇼핑몰에서 만난 베이징은 기억 속의 그 베이징이 아니었다.만

fattykim.tistory.com


바슈왕포 巴蜀王婆 大虾

마라 소스에 제법 큰 새우가 듬뿍 담겨 나오는 새우 훠궈 프랜차이즈다.

베이징 곳곳에 분점이 있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왕징의 분점에서 먹었다.

참고로 중국 사람들은 마라탕을 시켜도 훠궈처럼 담궈 먹기만하지 국물을 떠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새우가 이렇게 듬뿍 나온다.

납작면과 고구마, 버섯도 들어 있어서 건져 먹는 맛이 좋다.

네명이서 새우만 한참을 먹었는데, 다 건져 먹고 나면 야채와 피쉬볼을 시켜 담궈 먹는다.

마라맛은 순한 맛으로 시켰는데도 한국 기준으로는 약간 매운맛 정도였다.

새우를 먹을 때까진 괜찮았는데 마라소스에 쩔은 고구마나 야채를 건저 먹을 땐 조금 매웠다.

 

찍어 먹는 소스는 하이디라오처럼 만들어 먹는데, 마라 훠궈이니 소스는 땅콩처럼 고소하고 담백한게 좋겠다.

블로그를 검색해서 땅콩+마늘+고수를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 테이블에는 오이무침과 목이버섯 같은 반찬도 있고 수박 오렌지도 있었다.

위 사진처럼 길쭉하게 튀긴 빵과 과자, 무채 같은 나물도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빵빵하게 먹을 수 있다.

바슈왕포는 한자로 巴蜀王婆 즉 파촉 지역의 왕 할머니라는 뜻이다.

정식 가게 이름은 巴蜀王婆大虾 파촉 왕할머니 대하(큰새우).

블로그에서 베이징 새우훠궈 라고 검색하면 많은 사진과 정보가 나온다.

약간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으면 오리 선지(오리 피를 굳혀서 만든 음식)를 시켜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소 선지, 돼지 선지 해장국은 있어소 오리 선지는 보기 힘들다.

오리 선지는 냄새가 거의 없고 맛이 담백하고 쫄깃해서 푹 익히면 치즈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望京 花家地店(왕징 화가지점)이었다.

소자 세트를 시켜도 2인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참고.


헌찌우이취안 很久以前 羊肉串 Long Long Ago

베이징의 저녁은 롱롱어고 라는 영어 이름으로 유명한 양꼬치 羊肉串 식당으로 갔다.

내몽골 지역의 신선한 양고기를 사용해서인지, 양꼬치 맛이 한국의 흔한 양꼬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엄청났다.

상하이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이걸 먹기 위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가 간 곳은 석촌호수 같은 분위기의 남색항만점 蓝色港湾店.

몇시간 전에 미리 예약을 했는데도 가서 또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Long Time Ago 라고 영어 이름이 나오는데, 간판에는 Long Long Ago 라고 적혀 있었다.

아울렛처럼 큰 쇼핑몰에서 독립된 건물 한채를 다 쓰고 있었다.

쇼핑몰을 한바퀴 돌고도 잠깐 기다렸다가 안내를 받았다.

지하로 안내를 받았는데 들어서니 딱 아래 사진 같은 분위기였다.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종업원인데,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좌석은 옆으로 돌아가면 더 있다.

 

우리가 안내 받은 좌석은 마침 Long Long Ago 라는 글씨가 붙어 있는 자리였다.

직원에게 부탁해서 예쁘게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지금부터 음식 사진을 올린다.

고기의 신선함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직원들이 이렇게 양고기를 가져온다.

이 식당의 특징은 직원들이 직접 재료를 구워준다는 점이다.

딱 먹기 좋은 타이밍에 고기를 빼서 올려준다.

양꼬치 집에 갈 때마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처음엔 덜 익히고 나중에는 태워먹기 일쑤인데, 직원이 직접 구워주니 좋았다.

꼬치 중에는 오돌뼈와 옥수수도 있는데, 굉장히 맛있으니 꼭 먹어보기 바란다.

왼쪽에 굽어진 뼈가 있는 것 같은게 오돌뼈. 중간은 지방이 많은 부위.
옥수수. 왼쪽은 연유를 바른 듯한 단 옥수수.


후통의 버섯 훠궈

베이징의 인사동인 난러구샹 후통 南锣鼓巷 胡同 은 분주한 중심거리 옆으로 갈빗살처럼 뻗은 작은 골목 같은 길들이 있는데, 곳곳에 식당과 숙소가 있다.

우리는 이 거리의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마치 중국의 어느 가정집에 온 듯 작고 예쁜 집 안에서 버섯 훠궈를 먹었다.

건물은 서울의 옛집처럼 작은 중정 주위로 ㅁ자 모양인데, 입구쪽에 주방과 계산대, 화장실이 있고 안쪽에 식사를 하는 좌석이 있었다.

중정에는 나무와 새가 있어서 새소리가 나고 중국 노래가 나직이 들렸다.

때마침 햇볕도 나고 따뜻해서 참 좋았다.

버섯 2접시가 푸짐하게 나오고, 닭날개와 돼지고기 등이 함께 나온다. 채소와 면이 추가로 나온다.

 

화로 위의 자기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모래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삶는다.

모래시계가 의외로 한참 걸리는데, 30분 정도 푹 삶아서 버섯과 고기를 우려내는 방식이었다.

버섯도 맛있었지만 국물이 마치 불도장 같은 보양식 맛이었다.

한국의 아저씨들이 무척 좋아할 맛이다.

소주가 생각났지만 같이 곁들여 주는 매실주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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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식당, 거리의 분위기를 보시라.
버섯향을 좋아하거나, 보양식을 찾는 사람에게는 강추. 무엇보다 식당 분위기가 중국의 옛 가정집 같아서 편안하고 정취가 훌륭하다.


200년 된 찻집 탕팡커피 糖房咖啡 Sugarbar 쓰차하이점 什刹海店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1820년부터 206년간 영업 중인 커피점, 탕팡커피 糖房咖啡(당방가베)다.

여기는 자금성 뒤편 쓰차하이가 한 눈에 보이는 가장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토요일 오후라 가게 앞은 물론이고 안에도 사람이 많았다.

1층은 여러 식당들이 들어서 있는 음식백화점 같은 분위기였고, 2층부터 커피점인데 우리는 3층인가 4층인가 올라가서 루프탑으로 갔다.

루프탑에서는 운하는 물론이고 베이징의 옛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당방가배는 영어로 SugarBar라고 적혀 있는데, 베이징의 몇군데 지점이 모두 위치와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쓰차하이점 什刹海店인데, 건물 자체가 옛날식 목조 건물이고 올라가는 계단이 좁아 인사동이나 서촌의 옛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쓰차하이는 자금성 뒤 인공호수와 운하가 옛 건물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내는 베이징의 명소다.

왼쪽 위부터 망고커피, 스노우 피어 차, 코코아 커피, 시나몬 커피. 피어 차는 배맛이 나는 단 차이고 커피가 좋았다.


중국 여행 단상

20여년 만의 베이징 여행이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는 여정인데, 이상하게 설레이지 않았다.

서울의 생활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국에 대해 별다른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거다.

중국 가기 전의 인상

요즘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상은, 시진핑의 강력한 통제 정치와 제주도에서 보여준 중국 관광객의 비상식적인 행태 때문에 굉장히 부정적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 상품들도 값싼 제품들 위주이다 보니 싸구려이고 엉성하다는 이미지가 더 많다.

물론 중국의 경제력이 이제 미국과 겨룰 정도로 강력해졌고,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서울 못지 않게 화려하고 트렌디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중국은 우리 일상 속에도 깊이 들어와 있다.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중국 음식은 한국 젊은 세대에게는 일식보다 더 일상적이고 친근하다.

중국 문화 콘텐츠는 중년세대에게는 주윤발이 나오는 홍콩식 느와르와 첨밀밀 화양연화 같은 향수 어린 로맨스로 기억되고, 젊은 세대에게는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웹소설이나 1분 드라마가 친숙하다.

그런데도 중국이라는 나라와 사람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다니 참 묘하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니메와 망가, 게임 같은 대중문화를 통해 많이 완화된 것과 비교된다.

20년만의 베이징

비행기가 인천을 떠나 중국에 들어선다.

베이징 상공으로 내려앉는 창 밖을 보니, 공항 주변에도 나무가 무척 많다.

키도 제법 큰게 뿌리를 잘 내린 모습이었다.

20여년 전 황량했던 베이징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았다.

나무와 숲, 물과 산이라는 자연이 도시의 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셔우도 3터미널의 매너 커피 매장

공항에서 처음 마신 중국 커피는 MANNER 라는 브랜드.

스타벅스 리저브에 대항해 만든 고급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공항 안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이 30위안, 6600원이다.

물론 한국의 스벅 리저브는 1만원이 넘지만, 그래도 비싼 편이다.

고급 프랜차이즈라기에는 매장도 좁고 좌석도 불편했다.

시내에 있는 매너 커피 매장도 비슷해 보였다.

원두도 좋고 커피 맛도 훌륭하다지만, 고급화를 위한 전략은 조금 부족해보였다.

 

차를 타기 위해 나간 주차장은 무척 복잡했다.

저마다 우버와 디디로 부른 차들이 승객을 찾기 위해 빵빵 거렸다.

그 와중에도 전기차가 많고 디자인이 세련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여년 전 서우두 공항은 김포공항이나 김해공항보다 허름했다.

규모도 작았지만 건물도 낡았고, 공항 안팎도 콘크리트로 발라놔서 황량한 느낌이었다.

곳곳에 공안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어서 일반인은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서우두 공항이 이제는 터미널만 여러 개이고 인천국제공항을 열심히 벤치마킹한 듯 많은 면세점과 곳곳에 중국 문화를 알리는 코너가 있었다.

짧지 않은 세월, 큰 변화다.

베이징이 크게 변화하는데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바로 올림픽이다.

베이징을 바꾼 두 번의 올림픽

베이징은 두 번의 올림픽을 치렀다.

2008년 여름 올림픽 표어는 '하나의 세상, 하나의 꿈 / 同一个世界 同一个梦想 / One World, One Dream'이었다.

2022년 겨울 올림픽은 '함께하는 미래로 / 一起向未来 / 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표어였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시가 상당히 업그레이됐다고 한다.

나무를 심는 것은 물론이고 공해시설을 베이징 밖으로 몰아냈다.

매연의 주범인 차량도 전기차 드라이브로 바꿔간다.

공중도덕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벌였고, 농촌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것도 극도로 제한했다.

 

2000년대 초의 중국이 경제 성장에 올인하면서 번쩍거리지만 뭔가 엉성하면서 무질서하고 시멘트 투성이인 베이징을 만들었다면, 올림픽을 치르면서 베이징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세련된 도시로 변모한 느낌이다.

CCTV 건물은 설계 자체도 굉장하지만, 어떻게 시공이 가능했는지 궁금할 정도.

그러고 보니 CCTV 건물도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지어진 베이징의 여러 랜드마크 중 하나다.

 

 

전기차, 제조업, 그리고 한국 브랜드

거리의 차들은 90%가 중국 자체 브랜드인 것 같았다.

독일이나 일본 차는 오히려 낡고 촌스러웠고, 중국 차들은 고급스럽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5인승 승합차를 타면 카니발은 물론이고 일본 렉서스 미니밴인 알파드보다 인테리어가 더 좋았다.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절반은 초록 번호판의 전기차.

베이징에 있는 동안 퇴근길 러시아워에도 자동차 매연 때문에 공기가 안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봄이라 꽃가루가 날리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BYD의 대중적인 모델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이제 고급 모델과 지커 같은 브랜드까지 한국에 진출하면...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선  현대 기아차가 상대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은 전기차를 키우기 위해 각 성마다 전기차 회사를 만들어서 수백개 브랜드가 경쟁을 벌였다.

그 중 40곳이 살아남았는데, 앞으로 10곳으로 줄인다고 한다.

저가형만 있는게 아니라 1억원이 넘는 고급 모델은 물론, 미니밴, 버스, 심지어 초거대 트럭까지 바퀴 달린 모든 기계를 전기로 돌릴 태세다.

아직은 브랜드가 낯설고 신뢰가 낮아 한국 소비자들이 선뜻 결제를 하지 못하지만, 안전하다는 경험이 쌓이면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 차가 힘겨운 경쟁을 하게 될 것 같다.

 

가전제품에서도 일본 제품은 물론이고 LG 삼성 같은 한국 브랜드도 설자리가 없다.

가성비 제품은 물론이고 고급 제품까지도 중국 브랜드가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중국이 세계 제일이라는 것을 인정할수 밖에 없다.

엄청난 시장, 엄청난 인력, 엄청난 유통망을 바탕으로 이제는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까지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한국 기업들도 대부분 철수했다.

한국인이 10만명 산다고 했던 베이징의 한인 타운 왕징에 이제는 단 8000명의 한국인만 남아 있다고 한다.

제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유통 등에서도 상대가 안되니 철수했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나마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했던 식당 병원 등도 문을 닫았다.

 

1박2일 베이징에 있으면서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 브랜드는 소수의 현대차 외에 빠리 바게트, 젠틀 몬스터, 아워베이커리, JYP 정도였다.

제조업이라기보다는 서비스업에 가까운 브랜드들이다.

풀무원 제품도 인기라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은 한국만 겪는게 아니다.

일본 브랜드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도요타 차를 제외하면 소니조차 보이질 않았다.

유럽차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밀려 문을 닫거나 아예 중국에 회사를 팔아버렸다.

중국 시장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했던 벤츠 폭스바겐 같은 브랜드가 위기를 겪는다.

이제는 중국 차들이 유럽에 진출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이 지난해 유럽연합(EU)국가에서 100만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다고 결정하고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로 다시 중국에 진출하려고 한다.

예술특화구역인 798예술구 한 가운데에 현대차 스튜디오가 있었다.

황금색 전기차 컨셉트카가 미술작품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연간 3000만대가 넘는 차가 팔리는 세계 최대의 시장,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 시장을 포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제 도시로 성장하지 못한 베이징

베이징은 서울 도쿄보다 크고 사람도 많았다.

건물과 사람들의 옷차림도 예전보다 세련돼 보였다.

하지만 국제적인 느낌은 약했다.

베이징 중심가를 가보아도 국제적인 행사나 이벤트를 알리는 홍보물은 보지 못했다.

중국 제조업이 워낙 강하다보니 소비재 쪽이 아니면 외국 브랜드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커피점과 함께 헤이티HeyTea 같은 찻집 프랜차이즈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중국 소비재 브랜드들의 때깔도 괜찮았지만 중국적 정체성이 아직 보편적으로 호응을 얻을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베이징 거리에도 생각보다 외국인이 적었다.

서울보다 훨씬 외국인을 보기 어려웠다.

외국인들이 많이 올 법한 798예술구나 쓰찬하이에도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자금성과 천안문을 가지 않아서 그랬을수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관광객이 밀려 들어 몸살을 앓는 도쿄나 서울, 심지어 부산과 비교해도 베이징은 관광지로서 선택 받지 못하는 것 같다.

2000년대 초 6자회담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올림픽을 통해 국제적으로 데뷔하며 전세계 기업의 구애를 받던 분위기에 비하면 지금의 베이징 분위기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지금 베이징에 가야 할 이유

아마도 두가지 요인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는 시진핑 정부의 '보이지 않는 통제' 전략.

15억의 거대한 인구를 하나로 묶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은 정보기술과 결합하면서 가능한 영역이 되었다.

이동-결제-대화까지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중앙에 모이고 검열된다.

VPN 같은 회피수단이 있긴하지만 검열된다는 불안은 여전하다.

한국 휴대폰을 로밍해 가면 카카오톡도 되고 네이버페이도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고 하면 작동이 불편하다.

더 나아가 간첩법이 강력하게 작동해 외국인도 말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선택을 꺼리게 된다.

 

두번째는 온라인 죽의 장벽이다.

구글맵도 우버도 유튜브도 중국에선 무용지물이다.

고덕지도, 알리페이를 써야 한다.

이 중국 오리지널 앱들은 한자 중심이다.

영어나 한국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체여행보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요즘의 트렌드에선 큰 불편이다.

 

이런 점이 한국인에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진핑 정부의 통제는 여전하(겠)지만, 일상적인 관광객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비자도 면제가 되어서, 호텔 예약만 미리 확실하게 해두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에도 한국인에게는 거의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온라인 죽의 장막은 한국인에게도 불편하지만,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적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에서 자동으로 된다.

지도 사용이 불편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만 검색해도 관광과 맛집 정보, 여행 팁들이 쏟아진다.

게다가 한국인은 그나마 한자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조금만 미리 준비를 해가면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

 

요즘 동남아나 일본을 가면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때문에 불편하고 물가도 비싸져 예전보다 매력이 크게 줄었다.

반대로 중국은 전통 문화를 잘 보존하고 현대적인 감각은 더 세련돼졌다.

지금이 중국 관광의 적기일지도 모르겠다.

 

베이징의 커피값은 서울보다 비쌌지만, 한잔도 무료 배달이 된다.

음식은 세련되고 깨끗해졌는데 여전히 서울보다 저렴하다.

교통도 편리해졌다.

거리에서 쓰레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구석구석까지 잘 관리돼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상냥하고 친근한데 과거보다 더 친절하고 밝았다.

고속철이나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지방 관광지도 찾아가기 쉽다.

한국인에겐 지금이 베이징과 중국을 경험하기에 적절한 시점인 것 같다.

 

중국 경제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세가 조금 약해졌을 뿐이다.

중국의 오랜 역사에 바탕을 둔 문화적 역량은 대단하다.

여기에 20세기에 등장한 중국의 최고 인재들은 서방의 최신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돌아와 지금 중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제조업 역량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어우러져 있는 중국은 어쩌면 민주주의를 거치지 않고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내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한국이 계속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798예술구가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진다면, 한국의 성수동이나 청담동보다 매력적인 곳으로 금방 부각될 것이다.

파리바게트나 풀무원을 중국인이 찾는 이유는 더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어디로 갈지,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1박2일의 짧은 관광 여행으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인 베이징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과거에 비해 어떤 방향으로 진전하고 있는지는 조금은 가늠할 수 있었다.

 

자금성, 천안문, 이화원, 왕푸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전통적인 베이징, 사회주의 중국은 세계와 함께 호흡하면서 변화해왔다.

798예술구, 쓰찬하이, 헤이티와 마라탕의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베이징, 이념의 중국이 아니라 21세기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 이웃으로서 베이징을 받아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면이 있고, 경제적으로는 우리를 더 앞서가는 면모도 두드러진다.

이웃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비교해보면서 열등감도 느끼고 은근히 자부심도 느끼지만 그러면서 서로의 닮음과 다름을 받아들이며 같이 사는 이.

베이징과 서울만 아니라 도쿄와 부산과 상하이와 오사카까지, 동북아의 세 나라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면 이 지역은 지구의 다른 지역이 부러워하는, 좋은 친구를 사이 좋게 둔 그런 도시가 되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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