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보고 먹고 쉬고

시부야역에서 본 관광일본 - 많아도 너무 많더라

Paperback Writer 2025. 1.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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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후 뉴스의 투표. 방일 관광객이 많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93.3%가 그렇다고 답했다.

관광의 비수기라는 11월.

도쿄 시부야. 

해가 졌는데도 사람이 인산인해였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횡단보도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눈에 띄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길을 건너다 중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찍는 이들도 많았다.

초록 신호가 빨강으로 바뀌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택시와 버스가 사람들에 지쳐 지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2024년 11월 어느 평일 저녁의 시부야역 교차로.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선 2024년, 전세계에서 '복수의' 관광이 시작됐지만 일본은 정말 대단했다.

유럽이나 하와이에 비해 아직 엔화가 저렴한 편인데다 안전하고 관광지로 선호되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몰린 듯.

 

나도 관광객이었지만,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클 것 같았다.

 

야후 재팬에서 실시하는 지난달 23일부터 6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질문은 ' 방일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訪日外国人の数、増えていると感じますか)'.

응답자의 93%가 넘는 1만932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온라인 설문조사이긴 하지만, 이 투표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일본인들이 느끼는 짜증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은 교류의 일환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바운드 중심의 정책을 보면, 대도시의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교토나 후지산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그리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조차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전에는 여행을 하면서 쇼핑이나 산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다소 붐비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관광지뿐만 아니라 지역의 교통망과 숙박 시설 등도 적절한 수용 능력을 유지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해치지 않고, 일본인 여행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균형을 고려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으면 한다.
이러다가는 일본(국내 여행)이 점점 싫어질 것만 같다.

 

다른 답글은 더 심각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지역에서 한 산을 넘은 곳이 나의 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외국인을 거의 볼 수 없지만, 그들이 관광지로 들어서는 순간 급격히 많아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전철 안에서도 혼잡한 차내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틀거나, 음식을 바삭바삭 씹어 먹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너무 많다. 심지어 선로 안에서 촬영을 하다 전철 운행을 멈추게 하거나, 쇼핑할 때 일본 100엔 동전과 매우 비슷한 외국 동전으로 계산을 시도하는 일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좋은 것이라는 말은 이제는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표현이 되어버렸다.

 

 

도쿄 시내의 츠키지시장 거리도 지난 해만 해도 지나다닐만 했으나 이번엔 골목골목마다 사람이 꽉 찬게 주말의 서울 명동보다 훨씬 더 복잡해 보였다. 차로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고는 아예 가기를 포기했다.

 

일본 정부도 오버투어리즘 대책으로 갖가지 요금을 올리고 있지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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